개는 하나의 (기억의) 세계를 구성한다. 하지만, 나아가 (가상의) 세계는 개로 변용된다. 여기에 어떤 독특한 진리가 수여된다. 거기에는 밤 아래 흐릿하면서도 뚜렷한 식별을 경유한 개와 세계의 구분 불가능성이 아닌, 개의 모든 것으로의 변용 가능성이 전제된다. 곧 ‘지난 밤에 본 그 개는 어디로 갔을까’는 개의 무한한 확장이라는 하나의 지평에 대한 물음이 된다. 작가에게 개는 변신 기계이고 세계에 관한 생성 프로세스의 일부다. 곧 개는 작가에게 기억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이고, 일련의 기억이 나아가는 하나의 촉매이다. 개는 세계가 되어 간다. 그리고 세계는 개에 의해 세계가 되어 간다. “개는 새가 되고 나비가 되고 땅이 되고 바다가 되었다가 해가 지면 밤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밤의 관찰자”**가 밤을 배회한다. 밤을 완성하는 건 생명체들이 아니라 그것과의 관계에서 비가시적 범주를 구획하는 낯선 이이다. 이 시선 속에 포착된 생명들, 인상들, 기억들은 감각의 포착과 시간의 주어짐 아래 교정되고 증폭되고 사그라지고 그렇게 생성된다. 이러한 생성은 회화에서 어떤 세계에 대한 막연한 접근과 작가의 신체 기술 사이에서, 대상에 관한 재현과 작가의 고유한 스타일 사이의 혼동과 그 둘의 구분 없음을 동시에 구성한다. 그리고 여기서 회화는 기억의 생성 과정과 겹친다. 기억에 대한 능동적인 접근이자 역량으로서 회화는 존재한다.